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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클립과 노스팅사의 기여
다양한 클립과 노스팅사의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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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스넌과 발명에 재능이 있는 다른 기술자들이 강선을 휘어 만든 많은 클립의 형태 중에서 몇 가지는 1909년에 출간된 《웹스터 사전》에 나타나 있다. 클립의 형태에 대한 중요성을 글자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그림을 첨부했다. 1909년 초판에서 클립을 '서신, 증서, 신문과 잡지에서 오려낸 기사 등을 묶어놓는 걸쇠 또는 홀더' 로 정의하고, 브로스넌의 코나클립을 위시해 이전에 나온 클램프처럼 생긴 클립 및 브로스넌이 특허출원 신청서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새롭게 강선을 휘어 만든 클립으 ㅣ일부까지 나란히 보여준다. 나이아가라클립과 린클립으로 알려진 이 클립들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굳이 강선 틀 안에 고리나 루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1934년에 출간된 《웹스터 사전》의 2판에서는 클립을 '약간의 압력으로 벌려서 몇 장의 종이를 물려 한 묶음으로 붙잡아놓을 수 있는 편평한 루프 형태로 휘어진 강선으로 만든 장치' 라고 정의했다. '클립'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초판에 있었던, 찍어낸 금속 스타일이나 브로스넌의 코나클립이 더 이상 포함되지 않고, 클립 본체의 바깥 부분에 두 개의 '고리'를 가진 다른 클립 형태를 보여준다. 이 디자인은 강선 틀 안에 두 개의 고리를 가진 클립으로 진화해 상자 안에서 서로 걸리는 일이 줄어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올빼미클립이었다. 초기의 광고에서는 고리를 하나만 가지고 있는 코나클립과 비교해 그 우월성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사업을 외눈으로 하다니
하나로는 너무 적어요
이 클립을 보세요
두 눈을 가졌답니다
올빼미클립의 장점은 서로 엉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부분을 없애 서류를 뺄 때 긁히거나 찢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나클립을 시장에서 몰아낸 것은 올빼미클립이 아니었다.
《웹스터 사전》 2판에 새롭게 실린 클립 중 가장 오랫동안 인기 있었던 것은 젬 클립으로, 요즘 사람들이 클립 하면 젬클립을 연상할 정도로 사실상 클립의 동의어가 되었다. 그러나 젬클립은 《웹스터 사전》 초판이 출간된 후에 2판에 실릴 때까지 조용히 개발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젬클립의 아이디어는 발러가 특허를 받은 때보다 이미 앞서 완성되었다. 적어도 서류상으로 1899년 4월 27일 당시 존재하고 있었다. 기계화된 핀 제조 회사의 중심지였던 코네티컷주의 워터베리 출신인 윌리엄 미들브룩이 '클립 제작기계'로 특허출원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 기계가 생산하는 완벽한 형태의 젬클립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미들브룩은 클립 자체를 제외한 기계에 대한 특허만 받았기 때문에 젬클립은 이미 존재했으며 업계 사람들에게도 이미 알려져 있었다.
발러가 1901년 특허서류에서 선보인 클립은 미들브룩의 기계 특허서류에 실린 클립만큼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지만, 미국 제조업자들은 젬클립을 발명한 선배들의 기여를 직접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975년판 《사무용품》에 실린 익명의 글에서는 브로스넌이 1900년에 특허를 딴 코나클립을 '젬클립 패턴의 직계 선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미들브룩의 1899년 특허서류를 살펴보면 그 족보의 연대가 반대로 되어 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1973년에 스미스소니언협회의 한 직원이 쓴 글에 따르면 젬클립이 나오기 시작한 20세기 초까지는 어떠한 클립도 압도적으로 성공한 제품이 없었다. 그가 젬클립의 특허 상황과 특허인의 국적을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사정은 인공물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데 전적으로 특허문헌에만 의존하다가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클립에 대한 미국 특허문헌들을 조사해도 순수한 젬클립에 관한 자료를 찾아낼 수 없고, 미들브룩의 특허는 생산해내는 인공물의 형태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쉽게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젬클립의 진정한 뿌리는 영국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다국적 기업에 따르면 명칭도 '회사 최초의 모회사인 젬 주식회사에서 따온 것' 으로 말하고 있다. 가장 우수한 영국 상품을 소개한 육해군협동조합의 1907년 카탈로그가 이 설을 뒷받침한다. 최신 클립 증 오직 젬클립만을 보여주면서 종이를 물 때 미끄러지듯 밀어 넣을 수 있으며, 서류를 다시 빼내도 구멍이나 다른 훼손 없이 안전하게 묶어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1908년 미국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클립임을 내세우며 '종이를 일시적으로 묶어두는 데 유일하게 만족스러운 장치' 라는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핀이나 파스너로 당신의 서류를 망칠 수 있다' 는 광고카피로 결함이 있는 다른 클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젬클립은 고전적 형태로 특허를 받은 적도 없고 기능 면에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종이를 한 묶음으로 끼우는 문제에 모든 가능한 해결책들을 갖춘 전형으로서 디자이너와 비평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오언 에드워즈는 저서 《훌륭한 해법》에서 젬클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는 우리 문명사회에서 살아남은 것이 바로 초라한 클립이라면, 먼 은하계에서 온 고고학자들은 과분한 칭송을 보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물질계의 혁신 목록에서 더 이상 완벽하게 고안된 물건은 없다. ··· 화려하게 고리 안에 고리가 들어가게끔 디자인된 클립들은 제멋대로 흩어지는 종이들을 후크의 법칙 안에 가두어놓는다.
젬클립은 순박한 형태로 실제 기능보다 과대평가되었고, 산업디자이너와 비평가는 지나치게 현혹되었다. 폴 골드버거는 일상용품의 디자인에 찬사를 보내며 다음과 같이 썼다.
클립보다 자신의 일을 더 잘 수행하고 있는 물건이 있을까? 클립은 가볍고 튼튼하며 저렴할 뿐만 아니라 사용하기에도 편리하고 모양도 좋다. 또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순수주의자의 기풍을 닮은 듯 선의 정연함이 있다. 진실로 아무도 더 이상 클립을 개선할 수는 없다. 다양한 컬러로 채색한 큼지막한 플라스틱 제품이나 끝이 둥글지 않고 네모지게 만들어진 클립은, 단지 진짜 물건의 품질을 더 돋보이게 할 뿐이다.
골드버거가 언급한 '진짜 물건'은 아마도 젬클립을 염두에 둔 듯하다. 실제로 이 글과 함께 실린 그림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몇몇 발명가는 그 클립이 지니는 특질에 대해 비판하는 논쟁을 벌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플라스틱 클립이 어색한 수준 이상으로 기능 면에서도 명백히 문제점이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자성이 없기 때문에 컴퓨터 사용자들에게는 요긴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많은 발명가들과 사용자들은 누구도 '클립을 더 이상 개선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1934년 12월 25일 날짜로 '끝이 둥글지 않고 네모진 클립'의 특허를 받은 뉴저지주 베로나의 헨리 란켄아우는 그의 발명품이 분명히 더 발전했다고 여겼다. 그는 기존 장치들의 결함과 비교해 다음과 같이 특허품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 발명의 목적은 ··· 한쪽 끝은 네모진 형태의 고리이고, 반대쪽 끝은 길이 방향으로 V자 형의 이중 고리로 되어 있는 클립을 만드는 것이다. 이 발명의 또 다른 목적은 한쪽 끝에 서로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는 두 개의 V자 형 고리로 연결된 스프링 강선 클립을 만드는 데 있다. 이것은 쐐기작용을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젬클립으로 알려진 U자 형 고리 클립보다 여러 장의 종이를 더 쉽게 끼울 수 있다.
이 발명의 또 다른 목적은 끝이 네모난 스프링 강선 클립을 만드는 것이다. 강선의 두 끝부분은 앞서 거론했던 네모 모양의 끝부분과 인접하는 접점에 주로 배열되는 한 평면에서 마무리된다. 클립이 물 수 있는 표면을 최대화하여 스프링 강선의 끝이 물고 있는 종이를 파고들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란켄아우는 네모난 클립의 다양한 변형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장점을 거듭 반복해서 강조했다. 특히 클립 끝까지 뻗은 강선의 자유로운 끝이 "클립의 끝까지 뻗어 있지 않은 짧은 다리의 젬 모양 클립을 뺄 때처럼 종이를 긁거나 파고들지 못한다" 고 지적했다. 젬클립에 대한 그의 비판은 물론 옳다. 그러나 파고들거나 할퀴는 것을 줄이기 위해 강선 끝부분을 더 길게 빼놓는다면, 젬클립의 전통적인 외형이 훼손될 수 있어 그러한 변경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란켄아우의 클립은 '퍼펙트 젬클립'이라는 이름으로 팔렸으나, 로마네스크적인 외양의 젬클립과 대비되어 고딕스타일로 더 알려졌다. 책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겉표지에 참고자료들을 덧붙여야 하는 사서들처럼 일부 자의식이 강한 사용자들은 고딕클립이 책에서 뺄때 훨씬 손상을 적게 입힌다고 거들었다.
란켄아우의 고딕클립 특허는 당시 뉴욕주 마운트 버논에 있던 노스팅핀티켓회사에 양도되었다. 이 회사는 옷에 달 수 있도록 핀이 부착된 치수 꼬리표의 하나인 신종 핀 티켓을 만들 목적으로 1913년에 설립되었다.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끝이 뾰족한 핀 티켓은 옷에 손상을 줄 뿐 아니라 판매원이나 고객들의 손가락을 찌르기로 유명했다. 노스팅이라는 이름은 'no sting', 즉 강선 끝을 둥글게 휘어서 더 이상 '찌르지 않는' 새로운 핀의 특징에서 따온 것이다. 회사는 특허품인 핀 티켓을 만드는 강선을 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 기술을 활용한 다른 유사한 물건을 만들 기회를 찾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 클립이었다. 오늘날 노스팅사는 스스로 '75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좋은 클립을 가장 많이 만든 회사'라고 자랑하고 있다. 1939년 뉴욕의 플러싱 메도스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를 방문한 사람들은 브롱크스에 위치한 노스팅 본사와 공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초청을 받았다.
1989년에 발행된 노스팅사 카탈로그의 클립 소개란 페이지에는 강선 한 가닥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인공물이 즐비하다. 외관상으로 단순해 보이는 인공물의 형태와 기능 사이에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상호관계를 알아낼 수 있는 입문서로 읽어도 무방하다. 물론 모든 클립은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어떤 클립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서류들을 완벽하게 하나로 묶어놓을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개발된 연대순이 아닌 인기순으로 배열된 카탈로그는 클립 각각의 상대적인 장점을 소개하기 때문에 문제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젬클립은 세 가지 크기로 구분해 제일 먼저 등장한다(그만큼 명성이 자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다음에 소개되는 제품은 '마찰 젬클립'으로 강선에 작은 칼자국 또는 벤 자리를 만들어놓아 더 큰 악력을 확보한 제품이다. 다음은 특허를 받은 디자인으로 클립을 종이에 더 쉽게 끼울 수 있는 '퍼펙트 젬클립'이 소개된다. 가장 인기 있는 클립들의 장점을 모아 만든 '유니버설클립'(임페리얼클립이라고도 한다)은 독특한 디자인에 악력이 굉장하며 종이에 쉽게 끼울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무리 좋은 클립이라도 두꺼운 카드를 끼우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일단 끼웠다 하더라도 부피가 굉장히 커 보인다. 그래서 니프티클립은 카드나 색인지 같은 두꺼운 종이를 끼울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엉키거나 찢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둥근 고리를 만들어 놓은 피어리스클립은 젬클립보다 더 많은 종이를 끼울 수 있고 또한 더 크게 늘일 수 있다. 서너 장 밖에 안 되는 소량의 종이를 끼울 때 사용하는 옛 린클립의 복사판인 고리클립은 다섯 가지 규격으로 나와 있고, 작은 두께로 종이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더 좁다는 장점이 있다. 카탈로그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클립은 글라이드온클립으로 적은 매수의 종이를 끼울 때 젬클립보다 무는 힘이 더 강했다. 젬클립은 다른 클립들의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데 그 형태가 완벽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황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는 못하기 때문이었다. 젬클립은 만능 제품이 아니었다.
노스팅사 카탈로그는 '귀금속 제품'도 소개한다. 사무실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사무용 제품을 통해 뭔가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안목이 높은 간부들을 위해 디자인한 클립으로 구성되었다. 이 클립들은 일반 클립이 기능을 적절하게 발휘할 수 없는 특수한 경우에도 사용 가능하다. 그중에는 금으로 도금된 젬클립도 있었는데 절대로 변색되거나 녹슬지 않으며 미래의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촉매 역할을 담당했다. 마호가니 책상 위와 중역실에 잘 어울리며 가장 소박한 사무실에서도 품위와 격조를 살려준다. 소박한 사무실에는 스테인리스 클립을 권할 만하다. 강하며 자성을 띠지 않고(디스켓과 함께 사용하는 데 안전함) 녹도 슬지 않는다(문서기록보관소, 법률회사, 도서관에서 사용하기에 좋음). 경제적인 가격으로 금빛의 클립을 원할 때는 놋쇠로 막을 입힌 것도 있다. 젬, 마르셀 젬, 니프티를 모두 이런 식으로 만들 수 있다. 그중 니프티클립은 종이를 접은 것처럼 크게 모가난 클립으로 '클램프'라고도 불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께가 5센티미터도 넘는 두툼한 서류들도 비교적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출처 :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 이인식 해제 / 백이호 옮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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