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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을 상징한 노르웨이의 클립
애국심을 상징한 노르웨이의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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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구, 특히 크기가 작고 소소한 물건들이 대개 그렇듯이 최초로 강선을 휘어 만든 클립의 기원 또한 불분명하다. 맹목적인 애국주의도 이러한 불확실성에 일조했다. 통설에 따르면 요한 발러라는 노르웨이 사람이 1899년에 클립을 가장 먼저 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노르웨이에는 특허법이 없어서 특별위원회로부터 도면의 승인만 받아냈고 실질적인 특허는 독일에서 이루어졌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애국심을 드높이고 독일에 시위하기 위해 옷깃에 클립을 달고 다녔는데, 그 초라한 물건의 기원이 자기 나라에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기 위해서였다. 클립을 달고 다녔는데, 그 초라한 물건의 기원이 자기 나라에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기 위해서였다. 클립을 달고 다니면 바로 체포될 수도 있었지만 '결합' 시키는 클립의 기능을 통해 '독일에 대항' 한다는 강한 상징적 의미를 표현한 것이었다.
세기말에 이루어진 발러의 발명품은 1901년에 미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특허 서류에서 '클립 또는 홀더' 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스프링 재료와 동일한 강선을 네모, 세모 또는 고리 모양으로 휘어놓은 물건으로 핀의 끝과 굽어진 부분, 골격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나란히 배열된다.
클립이 특정한 형태만 갖출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발러는 특허 서류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그림으로 나타내 설명하고 있다(특허출원 서류에는 이처럼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다른 방식을 제시하는 경우가 흔하게 보인다. 기능에 따라 형태가 결정된다는 주장에 대한 반증을 제공하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발러의 클립은 표면상으로는 오늘날과 비슷해 보이지만 한 가지 주요한 차이가 있다. 강선이 고리 안에서 또 하나의 고리를 만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클립의 팔을 사용해 종이를 하나로 묶고 있지만 그러려면 숙련된 솜씨가 필요했다. 그런데 희한한 점은 단순한 장치인 만큼 모델을 제작해 특허출원 서류와 함께 제출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텐데, 발러를 포함한 당시 사람들은 모두 서류만 달랑 제출했다.
발러는 발명품의 또 다른 장점을 분명하게 기술했다. "클립이 상자 안에서 서로 걸리지 않도록 한쪽 단락의 끝부분이 다른 쪽 단락의 시작 부분에 닿아 밀착되도록 배열한다." 즉 돌출부를 없앴다는 뜻이다. 클립의 불편함을 예상한 것은 발명가의 통찰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점 때문에 사용자들이 이미 애를 먹고 있었다는 사실도 암시한다.
발러가 미국 특허를 따냈을 당시 이미 다른 클립들도 나와 있었지만, 그의 특허가 받아들여진 것은 새로운 창의적인 발명을 해내는 데 기여했다기보다는 몇몇 결함에 대한 개선이 인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매튜 스쿨리는 1896년 '구조가 간단하고 사용이 간편하며 성능이 우수한 클립 또는 홀더' 로 특허출원 신청서류를 제출했는데 당시에도 이러한 결함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1898년 발급된 특허서류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나의 발명품이 나오기 전에도 아이디어 면에서 내 것과 유사한 클립이 이미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종이 묶음에서 튀어나와 보기 싫게 돌출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스쿨리의 클립은 발러의 것과 달리 코일 형태로 강선을 겹쳐서 만든 덕분에 물고 있는 종이를 구기거나 주름지지 않게 하며, 수평으로 종이 위에 또는 종이를 등지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고리 안에 또 다른 고리는 없지만 그 형태는 발러의 클립처럼 오늘날의 클립과 비슷하다.
사실 클립의 기원과 특허 과정을 규명하려는 시도는 부질없는 일일 수도 있다. 다양하게 변형된 클립들이 셀 수 없이 많고, 그 가운데 최초로 발명되었거나 또는 획기적인 형태로 만들어진 클립들은 특허출원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소하고 간단한 인공물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다. 유래는 분명하지 않지만 완전체에 도달하기 위해 꾸준히 형태가 바뀌어왔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클립 같은 흔하고 사소한 예에서도 변화와 창조의 원동력은 실패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 되었나》 -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 이인식 해제 / 백이호 옮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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