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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의 세계와 문학의 상상력
가상현실의 세계와 문학의 상상력
(... 중략 ...) h의 DNA에 내 유전자의 일부를 잘라 붙인 복제아기 신청서를 낼까 오욕칠정을 가진 키가 185cm까지 자라는 사내애 하나와 검은 곱슬머리를 가진 쌍둥이 계집애 둘을 주문할까 증발되기 쉬운 물질인 나를 일몰 무렵의 안락사로 예약해놓을까 -「전자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부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공간을 비교할 때, 현실세계가 물질적인 공간이라면 사 이버 공간에서 구현되는 가상현실의 세계는 비물질적인 공간이다. 비물질적인 가상공간은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있는 것처럼 의식되는 시 뮬라르크한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문학의 상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즉 전 자 사막은 ‘물질적 상상력이 비물질적 상상력으로 전의’되는118) 가상현실에서의 공간이다. 사이버페이스를 ‘가상공간’이라 부를 때, 여기서의 ‘공간’이란 어떤 물체가 차 지하는 현실적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의 하드웨어적인 공간과는 다 르지만,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작동해서 마치 실제공간처럼 여겨지는 공간119)이 118) 이용욱,『문학, 그 이상의 문학 -사이버문학론에 대한 연대기적 보고서 』, 역락, 2004, p.41. 119) 마이클 하임, 앞의 책, pp. 59-60. - 99 - 며 가상현실은 “효력면에서는 실제적이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은 사건이나 사 물”120)을 의미한다. 이원은 현대인들을 유목민에 비유하고 있다. 물과 풀을 따라 거처를 옮겨 다 니며 소나 양 따위의 가축을 기르는 유목민의 삶처럼 나와 너는 짐을 싸서 어디 론가 가야 하는데 그러한 유랑적 삶의 공간이 사막, 더군다나 전자사막이라는 것이며 이러한 전자사막에서 우리는 사이버 시대의 유목민임을 나타낸다. 이원 은 전자사막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다양하게 고민한다. 가 축을 기르며 떠돌며 직접 보고 느끼던 물리적 공간에서의 유목이 전자사막이라 는 비물질적 가상공간에서는 ‘외로움은 어디에 넣어두어야 할지’, ‘복제아기 신 청서를 내야 할지’, ‘나를 안락사로 예약해 놓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즉 이 시는 인간이 새로운 전자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인식과,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 는 혼돈의 상태를 흥미롭게 보여준다.121) 전자사막에서의 유목은 지금까지의 선 120)마이클 하임은 시뮬레이션, 상호작용, 인공성, 몰입, 원격현전, 온몸몰입, 망으로 연결 된 커뮤니케이션을 가상현실의 특징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이클 하임, 『가상현실의 철 학적 의미』, 책 세상, 1997, p.182-189참조 또한 마이클 스프링은 가상현실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의 일종이며, 인간이 부 분적으로 제어하는 환경 시뮬레이션의 특징을 지닌 인터페이스의 한 형태며, 가상현실에 서 참가자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가를 가상현실의 특징으로 설명 하고 있다. 마이클 스프링,「가상현실과 종합적 정보전달」, 산드라 헬셀, 쥬디스 로스 편저, 노용덕 옮김, 앞의 책, p.26-29, 참조. 121) 이남호,『문자제국쇠망약사』, 생각의 나무, 2004, p.18. 이남호는 삶의 근원을 뒤바꾸는 전자혁명 속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전자사막이 어 떤 곳인가에 대해 전자시대의 예언자 마셜 맥루한의 이론을 인용해 설명하고 있다. 맥루 한은 이미 반세기전에 전자 혁명과 전자 시대의 도래를 예측했는데 무선전화나 복사기 - 100 - 형적인 시간이나 고정된 공간의 개념을 벗어나 가상공간에서의 삶의 한 양식을 나타낸다. 사이버 공간은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공간이다. 현실과 환상의 넘나듦은 그러나 결코 행복한 유랑이 아니다. 나는 세계를 연속 클릭한다 클릭 한 번에 한 세계가 무너지고 한 세계가 일어선다 해가 떠오른다 해에도 칩이 내장되어 있다. (... 중략 ...) 프린터 아래의 내 무릎 위로 쿠폰이 동백 꽃잎처럼 뚝 떨어진다 나는 동백 꽃잎을 단 나를 클릭한다 검색어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 0개의 카테고리와 177개의 사이트가 나타난다 나는 그러나 어디에 있는가 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클릭한다 광기 영화 인도 그리고 나.........나누고 ......나오는...나홀로 소송...... 또나(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지구와 나............ 따닥 따닥 쌍봉낙타의 발굽소리가 들린다 나 인터넷이 세상을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며 전자기술에 의존한 미디어와 대중문화 의 세상이 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과 문자문화를 부정하고 전자문화가 인간의 온 존성과 세계의 평화 그리고 조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맥루한의 낙관적인 생각은 터무니 없음을 지적한다. - 101 - 오아시스가 가까이 있다 계속해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일부 컴퓨터의 가상세계 속에서 접속되는 존재들은 순간적이며 ‘컴퓨터 속에서 보 고 느끼고 주문하며 대화하는 것들은 모두 유령적’이며 ‘둔중하고 확고하며 실 체감이 있어야 될 것들이 여기서는 전부 금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환영으로만 존재한다’122)고 했을 때 그 세계 속에는 정신적 . 육체적 실체로서의 ‘나’는 존 재하지 않고, 기호 혹은 검색어로서의 ‘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는 명제는 자신의 주체적 정체성을 확연히 인 식할 수 있는 데카르트적인 주체와는 다른 존재123)로 이 시에서의 나란 존재는 일시적인 존재이다. 즉 가상공간 안에서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명제가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대치된다. 가상 이미지만 존재하 는 현실에서의 나란 결코 인식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컴퓨터 화면상의 클릭에 의해서만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존재이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의 나는 177개의 사이트에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나이다. 가상의 이미지만이 존재하는 세계에 서 나는 단지 클릭을 통해서 ’한 세계가 무너지고’, ‘한 세계가 일어서는’ 것을 경험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의 나란 ‘진공 포장되어 장기 보존되 고 있는 것’이며 ‘오래전 저장된 게임’(「나는 검색 사이트 안에 있지 않고 모니 122) 신범순, 앞의 책, p.16. 123) 이광호,「전자사막에서의 유목」,『야후1의 강물에 천개의 달이 뜬다』, 문학과 지성 사, 2001,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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